다큐멘터리에서 발견한 전쟁 이면사

2007. 6. 25. 14:17미스테리

 

 

 

출처 : http://www.ddangi.com/1-1273.html




(그림설명: 2차 세계대전 당시 리투아니아 주재 일본 영사 스기하라)

지난 5월 5일 미국의 PBS 방송은 홀로코스트 60주년 추모일을 맞아 [Sugihara: Conspiracy of Kindnes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특집으로 방영했다.

영국 노팅엄대학교의 철학교수 로버트 커크가 저술하고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2차 세계대전중 홀로코스트에 직면한 유대인들을 구출해준 쉰들러 처럼 1940년 7월 폴란드에서 피난온 2천명이 넘는 유대인들을 외교관의 직권으로 비자를 발급해 사지에서 탈출하도록 도와준 리투아니아 주재 일본 영사 스기하라의 의로운 행동을 다룬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일본은 나치와 동맹을 맺고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국의 적국이었고 스기하라는 외교관 신분으로 나치와 유럽 여러나라의 동태를 정탐하는 첩보임무를 수행하던중 나치의 유대인 학살 계략을 포착하고 도움을 청하려고 몰려드는 유대인들을 위해 본국 외무성에 수차에 걸쳐 비자발급 허가를 요청하지만 결국 허락받지 못하고 본국의 철수 훈령을 받았으나 이를 어기고 독단으로 비자를 발급해 수많은 유대인들을 사지로 부터 구출시켜줬다.



(그림설명: 서양 화가가 그린 러일전쟁 당시 시가지를 통과하는 일본군)

스기하라의 비자를 받고 탈출한 유대인들의 생생한 증언들과 스기하라 부인의 증언 그리고 스기하라의 명예회복과 재평가 등 다각도의 실화들로 구성된 이 다큐멘타리는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되새기고 인도적이고 의로운 행동을 한 영웅의 참 인간상을 만나게 해준다. 또한 이 프로그램에서는 특별히 우리 근대 민족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세기전 개화기의 동북아시아 나라들의 국제교류 이면사를 연구하는 홀로코스트 역사가인 뉴욕 시티대학교의 데이빗 클란즐러 박사의 인터뷰가 관심을 끈다.

데이빗 교수는 나치의 동맹국으로 아시아에서 침략전쟁을 수행하던 당시 일본의 전시(戰時) 체제 하에서 엄격한 명령계통과 비밀을 유지했을 외교관이 본국의 훈령과 지침에 반하여 개인적인 판단과 신념 만으로 이같이 엄청난 의거를 단행했을가 하는 점에 의문을 품고 이를 규명하려고 스기하라 개인의 가계(家系)와 성장과정을 연구하고 특별히 그의 행동에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생각되는 일본과 유대민족 간에 알려지지않은 역사적 인연과 교류관계를 추적했다.

1870년대 부터 이미 서양인 무역상, 관리, 선교사 들과 접촉하며 섹스피어의 유명한 희극 작품 '베니스 상인' 의 '샤일록'을 통해 유대인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일본인들과 바그다드에서 봄베이로 그리고 상하이에서 하르빈으로 동양를 종횡으로 누비며 세계의 상권을 좌우하던 유대인 무역상들과의 조우, 그리고 세계 열강을 움직이는 유대인 금융가들의 막강한 재력과 그들과 상부상조하며 서구 열강 대열에 끼어든 일본 특유의 근대화, 산업화 과정을 설명하며 유대인과 일본 왕실과의 특별한 관계를 언급했다.

 



(그림설명: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군 상황을 그린 그림)

러시아와의 전쟁을 계획하며 위협적인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격파하기 위해 최신식 군함을 구입하려고 전비 조달차 런던을 방문한 다까하시 남작에게 당시로서는 엄청난 자금인 1천만 파운드(오늘날 시세로 2억불)를 선뜻 제공한 미국의 유대계 은행가 야곱 쉬프(Jacob Schiff)와 일본 왕실과의 특별한 관계와, 러일전쟁에 승리한 후 조선국과 만주를 차지한 일본과 이를 통해 하르빈에 거점을 확보한 유대 상인 그룹, 그리고 이곳에서 부영사로 근무한 스기하라의 특별한 유대민족과의 교류 인연을 추적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작가 로버트 커크 박사는 데이빗 클란즐러 교수를 통해 스기하라의 용기있는 독단과 비자 발급의 의로운 행동은 개인의 영웅적 의거이며 동시에 일본 정부의 암묵적 비밀 지령이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스기하라가 긴박한 상황에서 2천명이 넘는 유대인들을 구할 수 있었던 희생적인 헌신의 씨앗은 이미 러일전쟁 전 런던의 투자가들 모임에서 뿌려졌을 것이라는 특이한 해석을 한다.

다까하시가 러시아와의 전쟁계획을 런던의 국제 금융가들에게 제시하며 투자를 간청했을때 투자가들은 '파리가 잠자는 거인을 깨웠다가 두들겨 맞는다'며 일본의 승리를 아무도 믿지않으며 투자를 기피했으나 일본은 유럽의 투자가들과 달리 일본의 승리를 확신하고 거금을 제공한 미국인 유대계 은행가 덕분에 현대식 전함들과 무기로 러시아군을 격파하고 광활한 만주대륙를 차지해 일본 왕실은 투자가에게 크게 감사하고 유대민족에게 호의를 베풀고 적극 지원했는데 스기하라의 의거 역시 이러한 정책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림설명: 러일전쟁 당시 한반도를 통해 러시아로 진격하는 일본군)

이같은 데이빗 교수의 분석은 19세기 서구 열강의 경쟁적인 아시아 진출과 무력을 앞세운 개항에 길잡이가 됐던 유대계 무역상들의 활약과 정보력을 언급하면서 이들 상인들을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일찍 파악하고 서양 세력의 아시아 진출에 첨병을 자처하며 이들 세력을 등에 업고 태평양으로 남진하는 러시아와 동진하는 프랑스 등 유럽세력을 견제하고 우리나라와 중국을 위시한 태평양의 아시아 제국을 침략한 일본의 대륙 지배전략과 국제사회의 변화를 읽지못하고 대세를 파악못해 불행을 겪은 피해국들의 과거사를 조명한다.

이 다큐멘타리를 통해 전쟁을 게임이나 도박처럼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비지니스로 여기며 전쟁을 획책하고 전쟁을 통해 돈을 벌고 폭리를 얻는 국제적인 투자가들의 모임이 그 옛날에 존재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늘날 지구촌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그때와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변했으며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세계인들에게 오늘 세계사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바르게 처신하고 있는지도 묻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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